근교산&그너머 <849> 영덕 블루로드 B코스
바윗길 걸어가면 파도가 덮칠 듯… 고개 들면 푸르고 푸른 길
국제신문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2013-10-30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걷기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자체마다 고유의 도보 코스를 개발하느라 바쁜 지경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지자체와 함께 도보 관광 코스를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이름은 도보 길이지만 그다지 큰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코스도 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길이라도 그 가운데 어떤 구간은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경관 자원도 부족하고 포장 구간이 많아 걷기에도 불편한 곳이 있다. 하지만 이름에 걸맞게 매력적인 곳도 숱하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땅이 아름답다는 걸 말해준다.
이 가운데 요즘 들어 찾는 발길이 부쩍 많아진 곳이 해파랑길의 영덕 구간이다. 해파랑길은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출발해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동해, 강릉, 양양·속초,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전체 50코스 770㎞에 이르는 전국 최장 도보 답사 코스다. 해파랑길 중에서도 부산의 갈맷길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곳이 경북 영덕군을 지나는 4개 코스다. 영덕군이 따로 붙인 블루로드라는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바다를 시야에 담을 수 있는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다.
◇ 해파랑길 영덕 구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길
영덕을 지나는 해파랑길에는 블루로드 A~D로 나눠 이름을 따로 붙였다. 이 4개 구간 가운데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B코스가 가장 바다와 가까이 걷고 해안 절경을 만끽하는 길이라 인기가 높다. '푸른 대게의 길'로 이름 붙인 B코스는 영덕읍 대탄리 해맞이공원에서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축산면 축산리 축산항까지 걷는다. 이 코스는 바다가 시야를 벗어나는 때가 거의 없고 때로는 파도가 거센 날은 물보라를 뒤집어쓸 정도로 바다와 가까이 걷는 구간도 있다.
영덕 블루로드 B코스는 창포말등대를 출발해 B코스 출발 지점인 해맞이공원 안내판을 거쳐 대탄마을(대탄해수욕장)~오보해수욕장~노물리 경로당~해녀상~석동마을~해파랑쉼터~경정3리~석산컨베이어~경정해수욕장~대게원조마을 기념비~경정2리 어촌체험마을~블루로드다리~죽도산 전망대·등대를 지난 뒤 B코스 종착 지점이자 C코스 출발 지점인 남씨발상지 안내비에서 마친다. 이번 코스의 전체 거리는 15㎞ 정도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 정도 걸린다.
대게의 집게발을 형상화한 창포말등대에서 출발한다. 창포말등대는 A코스의 끝 부분이지만 독특한 형상이 볼거리라 이곳을 둘러본 뒤 출발한다. 등대 앞에서 북쪽 도로를 따라 덱 탐방로를 끝까지 가면 B코스 출발지점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길은 오른쪽 대게 모양 '빛의 거리'로 내려간다. 침목 계단을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서 이정표의 왼쪽 '오보해수욕장' 방향으로 간다. 바닷가 해안 길이지만 바위 해변이라 길이 오르내림이 심하다. 덱과 난간이 설치된 길을 지나면 정자가 나온다.
◇ 걷는 내내 바다… 절벽길 틈틈이 모래사장
해파랑길 구간에는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어 길을 따라가기가 쉽다. 특히 블루로드 B코스는 해안선을 따라가므로 잠깐 길을 벗어나더라도 바닷가로 가면 쉽게 길을 이을 수 있다. 군 초소가 여럿 있는 바위 해안을 가면 작은 포구를 지나고 곧 대탄마을 앞 대탄해수욕장이다. 여기서 2차로 도로를 따라 한 모퉁이를 돌면 다리를 건너 도로 삼거리다. 오른쪽 축산·대진해수욕장 방향이다. 오보해수욕장을 지나 도로를 따라 계속 걷는다. 5분가량 걷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도로를 벗어나 덱 계단을 내려가면 다시 바윗길이다.
해안을 쭉 따라가면 노물리 경로당이다. 맞은편에 노거수와 해신당이 있다.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방파제 끝까지 가면 바윗길이다. 계속 바위 해안을 내려다보며 걷는다. 바위 해안을 가는 중에 해녀상과 낡은 군 초소를 지난다. 길은 바위 해안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바로 위 사면의 푹신한 흙길로 이어진다. 급경사의 덱 계단을 오르면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 길을 내려가면 석동마을이다. 마을 끝에서 다시 바윗길이다. 10분 정도면 군인 상이 서 있는 초소 모양의 해파랑 쉼터를 지난다.
경치는 비할 데 없이 아름답지만 폐어구와 페트병, 부러진 스틱 등 파도에 떠밀려온 쓰레기와 탐방객이 버린 쓰레기가 많이 눈에 띈다. 바위 벼랑 위의 길엔 난간과 덱을 설치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다. 난간이 있는 바윗길과 자갈 해변을 지나면 경정3리 마을이다. 어촌계 공동작업장을 지나면 해수욕장이고 이어 석산컨베이어 아래를 지나 다시 경정해수욕장이다. 부둣길 끝까지 가면 도로를 걷는다. 제방 바로 아래에 파도가 들이친다. 멀리 남쪽으로는 출발지점인 철포말 등대가 아스라이 보인다.
◇ 죽도산전망대 오르면 지나온 길 까마득히 조망
완만한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도로를 벗어나 내려가면 다시 바위 해안이다. 해변의 붉은색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붉은 자갈이 가득하다. 200여 m 가면 방파제 직전에 이정표가 있고 왼쪽으로 올라간다. 영덕군이 세운 대게 원조마을 기념비가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서 있다. 이곳 차유마을은 고려 때부터 대게 산지로 유명했고 당시 게 다리가 대나무 마디를 닮았다 해서 대게라 이름 붙였다는 유래가 적혀 있다. 기념비 아래에서 이정표를 따라 너른 흙길로 가면 곧 경정2리 어촌체험마을이다. 해안 길을 따라간다.
해안 길 끝에서 계단을 오르면 바위해안 위 흙길이다. 20~30m 가면 두 갈래로 길이 나뉘는 곳에 숲길·모래길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 모래길로 내려간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길을 지나면 다시 바윗길을 올라가서 숲길과 만난다. 잠시 바윗길과 군 초소를 지나면 백사장에 내려선다. 둑을 따라 끝까지 가서 '블루로드다리'를 건넌다.
정면의 계단을 오르면 죽도산전망대·등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 주변 경관을 둘러본 뒤 전망대 입구 쪽 계단으로 내려간다. 관리동을 지나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수협 냉동창고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간다. 300m 정도 가면 영덕과 울진을 잇는 도로와 만나는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버스정류장을 지나 곧 길가에 B코스 종착 지점이자 C코스 시작 지점인 영양남씨 발상지 안내비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경치 빼어나지만 찾아가기 어려운 길 감수해야
부산의 갈맷길을 즐겨 찾는 사람이 해파랑길 770㎞ 구간 가운데 다른 지역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불편한 교통을 감수해야 한다. 워낙 경치가 뛰어나 작은 포구와 해수욕장 등 관광지가 이어지지만 큰 마을이 적은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해 구간 구간 찾아다니기는 어렵다. 영덕 구간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찾으려면 일단은 영덕읍으로 가서 출발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도보답사를 마친 뒤면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 그나마 블루로드 구간은 부산지역의 안내산악회에서 즐겨 찾으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해파랑길을 비롯해 전국에 수많은 걷기 여행길이 조성돼 있다. 블루로드처럼 기존에 연결된 구간 가운데 특정 지자체를 지나는 구간을 널리 알려 전국에서 찾도록 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코스는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힘겨운 산행이나 먹고놀자 식의 유람에 지친 이들이 체력 부담이 적고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도보여행을 많이 떠난다. 이런 도보 코스에 관심 있는 이라면 '걷기여행길 종합안내 포탈(http://koreatrails.or.kr/)'에서 전국의 걷기 코스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에는 지역별로 난이도와 거리, 시간에 따라 맞춤으로 코스를 골라잡을 수 있다.
# 교통편
- 승용차 이용할 땐 축산서 택시로 차량 회수
이번 블루로드 B코스는 부산에서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편이 불편하다. 승용차로 출발지점까지 간 뒤 답사를 마치고 차량을 회수해 돌아오는 것이 그나마 편리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일단 영덕으로 가야 한다.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덕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6시부터 30~50분 간격으로 하루 10여 차례 있다. 영덕에서 B코스 출발 지점인 해맞이공원으로 가는 군내버스가 오전 8시, 9시30분, 11시, 오후 1시10분 등 하루 8차례 운행한다.
답사를 마치는 축산에서는 가까운 영해로 가서 부산으로 가면 된다. 축산에서 도곡을 거쳐 영해로 가는 군내버스는 하루 15차례 있다. 막차 오후 7시15분. 영해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8차례 있다. 막차 오후 7시14분.
승용차를 이용할 땐 경주를 거쳐 포항을 지난 뒤 7번 국도로 올라가면 된다. 강구에서 20번 도로를 타고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 곧 해맞이공원이 나온다. 승용차를 회수할 때는 축산에서 강구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해맞이공원에 내리면 된다. 축산에서 오후 1시, 3시, 4시(막차)에 출발한다. 막차를 놓쳤을 때는 축산 개인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요금 1만5000원.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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