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도

문경 백화산 산행지도

benel_jt 2016. 4. 8. 19:22

문경 백화산(白華山·1,063.6m), 황학산(912.3m) 산행지도


이화령-조봉-황학산-옥녀봉갈림길-백화산-옥녀봉갈림길-마원리 마을회관 (11.9㎞/)








[산&길] <546> 문경 백화산
문경 백화산(白華山·1,063.6m)은 지금이 제철이다. 아니 살짝 끝물이다. 왜 음식도 제철이 있지 않은가. 눈에 덮인 능선이 흰 천을 씌운 것 같아 보여 산 이름이 백화산이란다. 백화산을 제대로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다행히 주말부터 꽃샘추위가 온다니 막바지 눈길 산행의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르겠다. 백두대간 능선에서 가는 겨울과 이별하고, 오는 봄을 맞아라! 혹여 눈이 녹았다면 훈풍이 부는 산정의 봄을 미리 만날 수 있으니 이 또한 좋다.
이화령 고갯길에는 모래를 뿌려 놓았다. 눈 내린 길이 얼어 막히지 않도록 한 것이다. 굽이굽이 낮은 곳을 찾아 차는 오른다. 길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화령 정상에는 2012년에 만든 생태 터널이 있다. 1925년 일제에 의해 단절된 백두대간의 맥을 잇기 위한 것이다. 문경 쪽 고갯마루엔 '문경새재는 귀사랑고개'라는 유안진 선생의 글이 새겨진 돌판이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조령산을 지나온 대간이 이화령에서 허리를 살포시 틀어 자세를 낮춘 것은 누구나 문경이 되어 웃고 떠들고 넘어라'는 것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시인의 상상력은 이화령만큼 높다.
길 왼편으로 대간 산행길이 뚜렷하다. 무수히 많은 대간꾼이 지나가며 달아놓은 리본이 바람에 펄럭인다. 첫걸음부터 눈이다. 긴장하며 산을 오른다.
백화산 산행은 이화령에서 시작하여 백두대간 능선~낙엽송 지대~묵은 임도 갈림길~조봉~흰드뫼 갈림길~황학산~흰드뫼 삼거리~조망 바위~옥녀봉 갈림길~백화산 정상~옥녀봉 갈림길~마원리 갈림길~능선 갈림길 왼편~묘지~마원리 농로를 거쳐 천주교 마원성지까지 11.9㎞를 6시간 30분 남짓 걸었다. 눈이 내려 걸음이 더뎠다.
국가 시설을 크게 우회하여 백두대간 능선과 합류하는 지점에 다다랐다.
고개 너머 조령산이 빼어난 기품으로 배웅하고 있다. 눈이 많이 쌓인 곳은 스틱 한 단이 쉽게 들어간다. 적어도 30㎝ 이상 쌓였다는 것이다. 황계복 산행대장이 보행법을 알려준다. "가능하면 발을 사선으로 딛고, 미끄러질 것 같으면 등산화를 힘차게 눈에 박아 올라라"고 했다. 눈이 적게 쌓인 등산로 옆길을 이용하는 것도 미끄러지지 않는 방법이었다.
눈이 많이 쌓였을 때는 러셀을 해야 하는데 이때는 무릎으로 눈을 다지며 전진한다고 했다. 눈이 더 많이 내렸으면 아예 허릿심으로 한 땀 한 땀 전진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나마 눈이 적게 쌓인 것이 다행이었다.
사방이 온통 눈이지만, 봄이 오는 기운은 완연했다. 눈길을 헤쳐 오르느라 힘을 썼으니 온몸에 비 오듯 땀이 흘렀다. 지형도상 조봉을 지났으나 어디에도 이정표는 없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이 반겨주었다.
겨울이면 잎을 떨어뜨리는 낙엽송은 이제 곧 연초록의 새잎을 틔워 낼 것이다. 주변에 융단처럼 깔린 눈은 한 편의 선경을 연상케 했다. 문득 고개를 드니 하늘은 푸르렀다. 천수관음상처럼 수많은 팔을 가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마음속으로 합장을 하며 지난다.
갈미봉 언저리에 '조봉' 정상석이 있다. 자연석에 새겼는데 정상석치고는 너무 작아 앙증맞다. 이제부터 대간은 살짝살짝 고도를 더 높인다. 참 오랜만에 이정표 하나가 나온다. 힌드뫼 갈림길 이정표다. 내려가는 길을 보니 시작부터 가파르다. 북진하는 대간꾼이라도 이곳을 탈출로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능선을 조금 더 걸으면 이화령까지 쉽게 갈 수 있으니 말이다.
황학산(912.3m) 정상은 어찌 된 일인지 주변의 눈이 녹아 있었다. 남쪽이 열려 유난히 햇볕이 따뜻한 것이 원인이다. 가야 할 백화산이 제법 선명하게 보인다.
살짝 고도를 낮추니 또 눈이다. 제법 발자국이 선명한 것이 삵 한 마리가 아침에 길을 나섰던 모양이다. 한참 동안 대간을 걸어가다가 어느새 숲으로 발자국은 사라졌다.
마원리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또 있다. 흰드뫼 삼거리다. 애초 백화산을 마원리에서 올라 원점회귀를 하려 했을 때 염두에 두었던 코스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데다가 겨울철이면 눈에 희미한 길마저 사라지기 때문에 이화령 코스를 택했다. 저 길로 올랐으면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바람이 눈을 허리께까지 쌓아 올린 곳이 있다. 눈처마(커니스)다. 다행히 한쪽으로 등산로가 선명해 곤란을 겪지는 않았다. 주로 이런 현상은 가파른 지형에서 생기는데 절벽을 걸을 수도 없고, 발이 깊이 빠지는 처마 위로도 걸을 수 없으므로 지나가기가 무척 힘든데 다행이었다.
그 끝에 뚝 떨어지는 지형이 있다. 백화산은 물론 멀리 희양산의 바위까지 한눈에 보이는 조망이 탁월한 바위에 섰다. 가히 남으로 뻗는 백두대간의 기세가 금세 지리산에 닿을 듯 꿈틀거리고 있다. 잎을 모두 떨어뜨린 나무들. 맨몸을 드러내 산의 골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겨울 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참을 두루 살피며 벅찬 감동을 가슴에 담는다.
조망 바위 아래로 내려서자 험로다. 곳곳에 밧줄을 매어 '유격'을 해야만 했다. 바위 사이를 겨우 빠져나와 안도의 한숨을 쉰다. 맨손으로 바위를 잡다가 살짝 상처를 입었다. 사진을 찍는다고 장갑을 벗은 것이 실수였다.
옥녀봉 갈림길 이정표가 있다. 이 길로 하산해야 하지만 백화산을 다녀와야 하기에 지나친다. 문경의 온 산이 다 보일 듯 사방이 탁 트였지만, 날씨가 흐려 조망이 좋지 않았다. 옥녀봉 갈림길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제법 가파른 바위지대를 지난다. 계곡을 택해 마원리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있지만 능선을 고집한다. 눈이 많이 쌓여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옥녀봉을 향해 능선만 고집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크게 능선이 갈라지는 곳에서 왼쪽 능선을 택한다. 옥녀봉으로도 하산할 수 있지만 마원리로 가려면 많이 돌아와야 한다. 옥녀봉 왼편 능선을 따라 계속 가면 더러 묘지가 나온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보이는 능선 막바지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곧 사과밭 속에 있는 농로를 만난다. 돌아보니 석양에 묻힌 백화산이 거대하다. 문의:황계복 산행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