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봉.사라골(원동) 지도
.염수봉
근교산&그너머 <963> 양산 염수봉
선조 '비보풍수' 지혜에 감탄하고…빼어난 절경에 감동하고
국제신문 2016-03-02
- 영남알프스 줄기에 위치
- 주민 산불방지 소금단지 묻어
- 자연과의 조화 추구 돋보여
- 산행 대리 풍호대서 시작
- 염수봉 등 2개 봉오리 넘어
- 총거리 9㎞ 4시간 가량 소요
'자연과의 조화'. 우리 전통 건축의 최대 특장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상태에서 건물을 지어 자연미를 극대화하고 실용성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그것이다.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경북 영주시에 자리한 부석사다. 경사진 산자락을 파헤쳐 경내 절집들의 동선축을 일원화하는 무리를 범하지 않고 산세대로 본존불이 있는 무량수전은 정남향으로, 그 아래 다른 가람들은 남서향으로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면서 주위의 경관이 모두 시야에 들어오도록 조망권도 넓혀 건축미를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것은 건축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을을 둘러싼 주거환경 전반에까지 관심이 미치고 있다. 자연에 손대지 않는 비물리적 방법으로 지형과 지세의 허점을 보강하는 '비보풍수(裨補風水)'에서 그런 지혜가 여실히 드러난다. 경복궁이 표본이다. 근정전 앞에 드므(넓적하게 생긴 독)를 설치해 물을 채우고, 불을 보면 물을 뿜는다는 해태상을 광화문 앞에 세웠다. 관악산의 화기를 억눌러 궁궐 화재를 예방하려는 조처다. 심지어 불에 빨리 타지 않도록 숭례문(崇禮門)의 현판을 세로로 달기도 했지만 2008년 이맘때 방화 사건이 발생해 문이 전소돼 버렸다. 화기가 승하다는 데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이로써 화재 우려가 크다는 점은 입증된 셈이다.
부산권역에도 유사한 비보풍수 사례가 있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내석리와 원동면 대리에 걸쳐 있는 염수봉(鹽水峰·816m)이다. 오룡산과 내석고개 사이 영남알프스 줄기에 위치한 산인데, 주민들이 산불을 막기 위해 정상에 소금단지 2개를 묻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을 보존하면서 산불이 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치산 방안이 없다.
특히 산의 서쪽에 밀양강으로 흘러드는 배내천이, 동쪽에는 양산천으로 유입되는 내석천이 발원하는 등 골이 깊고 경관이 수려한 곳이라 이런 비보풍수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주민들의 지혜를 되새기면서 염수봉 산행에 나섰다. 산행은 대리 풍호대(風乎臺)에서 시작해 염수봉 등 2개의 봉우리를 넘은 뒤 기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9㎞로 4시간가량 걸린다. 산행 초·중반에는 갈림길이 적어 별문제가 없지만, 본지 산행팀이 하산한 지름길에서는 길을 잃을 염려가 있으니 반드시 본지 리본을 확인해야 한다. 가파른 일부 자드락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미끄러우니 부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풍호대를 출발해 대리마을 쪽으로 100m가량 가다 풍호다리를 건넌다. 풍호대 산장 앞에서 왼쪽으로 50m쯤 걷다 에코 펜션 옆길로 오른다. 40m쯤 가다 고은하우스 안에서 포장길을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곧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벌목한 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나아간다. 15분가량 자드락길을 걸으면 주 능선에 이른다. 능선을 타고 10분쯤 가면 이름 없는 봉우리에 닿고, 여기서 10분가량 더 걸으면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조망이 탁 트인다. 진행 방향으로 간월산·신불산·시살등·오룡산, 그 뒤로 천황산·재약산 등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펼쳐진다. 전망대를 벗어나 30분가량 능선을 오르내리다 보면 통신시설 사거리에 닿는다. 가운데 산길을 택해 10분쯤 가면 염수봉 정상이다. 시야가 더 넓어진다. 상북면 쪽으로 문수산·남암산·정족산·천성산이 새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는 오룡산 쪽으로 하산한다.
10분쯤 후 만나는 임도에서 바로 산길로 빠진다. 5분쯤 후 다시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로 8분가량 내려가면 또 임도 삼거리가 나온다. 시살등고개다. 신작로가 뚫리지 않았던 시절, 원동·상북면 주민들이 서로 왕래하던 관문이다. 친지를 방문하거나 장에 가는 것은 물론 시집·장가 같은 인륜지대사를 치를 때도 꼭 거쳐 가야 했던 고개라고 한다.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말 탄 님 따라서 시집가던 길/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있던 길…'. 국민가수 이미자 씨의 히트곡 '아씨' 가사가 떠오르는 길이다.
시살재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15분가량 걷다 왼쪽 산길로 내려선다. 3분쯤 후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5분가량 가다 계곡을 건넌다. 곧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을 끼고 30분가량 하산하면 천도교수도원에 이른다. 거기서 10분쯤 더 걸으면 산행 출발지다. 임도를 벗어난 뒤 하산하는 과정에서 본지 리본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떠나기 전에
- 하천가에 구멍 뻥 뚫린 바위
- 대리 '풍호대'에 얽힌 전설
- 부모의 자식사랑 전하는 듯
아내 바람을 막는 게 먼저일까, 아니면 자식이 벙어리가 되지 않도록 방비를 세우는 게 우선일까? 자식보다 아내가 덜 중요하다는 건 아니지만, 부모라면 자식의 무사 성장을 더 바라지 않을까. 그게 부모의 심정이다.
대리 풍호대(風乎臺)에 얽힌 전설에서도 민심은 자식을 선택했다. 전설은 이렇다. 조선시대 박기섭(朴基燮·생몰연대 미상)이란 선비가 쌓은 것으로 알려진 풍호대 아래 하천가에 구멍 뚫린 바위가 있다. 그 구멍을 그대로 버려두면 마을 아낙네들이 바람이 나고, 구멍을 막으면 자식이 벙어리가 된다는 거다. 마을 남자들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자식 건강에 치우쳐 구멍을 방치했다. 지금도 그 바위에는 어른이 무난히 통과할 정도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다. 그 때문에 바람도 잘 통하고 홍수가 날 때 물 소통도 잘 된다. 구멍을 막지 않아 마을 아낙네들이 바람이 났는지는 알 수 없다. 구멍을 방치했다는 것까지만 주민들 사이에 전해진다. 아무튼 마을 이름에 '바람 풍' 자가 들어가니 바람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건 분명하다.
양산향토사연구소에 문의했지만 원동지 등 향토 기록에서는 이 전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채록되지 않은 채 구전되는 민간전설인 것 같다. 풍호대에는 아름드리 낙락장송이 우거진 데다 하천 폭이 넓고 물도 맑아 경관이 자못 수려하다. 그런 전설 한두 가지쯤은 충분히 있을 만한 곳으로 여겨진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질식할 듯 상하·사방 꽉 막혀 사통팔달 소통이 간절해지는 까닭인가. 이 마을에 깃든 바람 전설에 귀가 솔깃해진다. 이경식 기자
# 교통편
- 무궁화호 열차로 원동역 하차
- 태봉마을행 2번 버스 갈아타
무궁화호 열차와 양산 시내버스를 환승하는 게 편리하다. 먼저 부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탄다.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에는 8시21분, 9시54분에 출발한다. 원동역에서는 태봉마을(배내골)행 2번 버스를 갈아탄다. 열차시간과 맞추려면 10시5분과 11시25분에 떠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하차지점은 풍호다리 정류장이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염수봉.사라골(원동)
○ 산행코스 : 풍호대주차장-724봉-염수2봉-염수봉-시살등고개-사라골-풍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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