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함월산 [부산일보]
부산일보 [산&산] <186> 경주 함월산
끊긴 듯 이어진 산길 … 없어진 듯 이어지는 능선 … 달을 머금은 정취에 안기다
진용성 기자
입력 : 2008-12-04
▲ 오밀조밀한 산세와 복잡한 지형 때문에 능선 읽기가 쉽지 않은 함월산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산행의 묘미가 달을 머금은 그뭄밤의 은은한 분위기만큼이나 그윽한 곳이다. 사진은 산행 시작 후 제대로 된 조망이 터지는 481봉 전망바위에서 감포 방면을 보며 찍은 장면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경북 경주의 함월산이다. 품을 함(含)자에 달 월(月)자이니 달을 머금은 산이라고 하겠다. 산이 자리한 곳은 경주의 동쪽 지대로 감포 앞바다가 시린 쪽빛으로 보이는 곳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남쪽으로는 토함산과 맞닿아 있고 북쪽으로는 운제산과 같은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아마 그런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세 산은 굉장히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천년 고찰과 함께 한다는 점이다. 토함산이 불국사를, 운제산이 오어사를 품고 있듯이 함월산 역시 기림사라는 고색창연한 명찰을 산자락에 안고 있다.
함월산을 기획한 의도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다.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해 스러져 가는 계절을 만끽한다는 것은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땀 흘려 오른 산정에서 태초의 빛 그대로 쪽빛 시린 바다까지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게다.
함월산은 그러나 또 다른 묘미가 숨어 있는 산이다. 어쩌면 위의 두 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인지도 모른다. 산은 그리 높지 않다. 최고봉이라야 600m가 채 넘지 않는다. 대신 품이 꽤 넓고 산세가 굉장히 오밀조밀하다. 이는 비슷비슷한 봉우리와 능선으로 인해 지형 읽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혹 방향 감각을 잃었을 경우 제대로 길을 잇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월산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이 같은 산세를 제대로 된 지형 읽기로 이어가는 것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묘한 산길과 있는 듯 없는 듯한 능선을 만난다는 것은 조망의 즐거움 못지않은 독도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함월산 코스는 그래서 기림사를 둘러싸고 있는 능선 울타리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기획했다. 다만 환종주 코스로 소개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또 체력 소비도 많아 제외키로 했다. 대신 코스의 중간 지점에서 끊고 골짝으로 바로 내려서게 했다. 그래도 만만찮은 거리인지라 몇 가지 주의사항을 염두에 두고 올라야 하겠다.
먼저 휴식을 포함해 6시간30분 이상 걸리는 장거리 원점회귀 코스라 오전 10시 이전에 입산해야 한다. 해가 떨어지면 길 찾기가 정말 힘든 곳이다.
두 번째로 지도(개념도)와 나침반을 반드시 가지고 가도록 한다. 특히 코스 전반부는 발길이 거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산길인 데다 지형이 복잡해 길 찾기가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니다. 물론 후반부도 그에 못지않다. 따라서 지도를 손에 쥐고 나침반을 써 가며 여러 포인트들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진행토록 한다. 참고로 리본도 촘촘히 달아놓았으니 수시로 확인토록 한다. 혹 어느 정도 진행했는데도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면 등로에서 이탈했다고 보고 되돌아오길 바란다.
구체적 답사 경로는 다음과 같다. 양북면 호암리 기림사 입구 기림교~쌍무덤~395봉~481봉~함월산~습지갈림길~591봉~도통골갈림길~도통골~기림폭포~기림사~기림교 순. 순수 걷는 시간만 5시간쯤 걸린다.
산행은 기림교에서 시작한다. 기림교는 기림사 매표소 직전에 있다. 기림교에서 매표소 쪽 반대 방향(왔던 길)으로 돌아서서 오른쪽 산자락을 보면 제법 너른 대밭이 눈에 들어온다. 산행 들머리는 이 대밭 왼쪽 끝에 있는 키 큰 소나무 쪽으로 열려 있다. 기림교를 건너 집 쪽으로 나 있는 이면도로를 따라가면 만난다. 키 큰 소나무는 이면도로를 따라가 만나는 펜션 같은 집(가든 비슷한 양옥으로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음) 담장 뒤로 보인다. 기림교에서 2분. 키 큰 소나무를 보고 산길을 오르면 곧바로 갈림길을 만난다. 등로는 직진성의 왼쪽 길이다. 오른쪽은 대나무 숲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 길은 밭 가장자리를 따라 쌍무덤으로 올라간다. 쌍무덤까지 3분.
본격적인 능선길은 쌍무덤 뒤로 올라가 왼쪽으로 조금 비스듬히 가면 바로 만난다. 이후 등로는 외길의 마루금만 따르면 된다. 능선상 무덤까지 17분, 361봉 직전의 갈림길(삼각점이 있는 361봉은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지나친다)까지 6분, 평탄한 능선을 걷다가 다시 된비알로 올라 만나는 395봉까지 7분이 더 걸린다.
능선 분기점인 395봉에서의 등로는 오른쪽이다. 이후 등로는 능선상의 공터(폐무덤)을 만날 때까지 희미하지만 마루금만 따르면 된다. 등로 오른쪽에 있는 무덤까지 22분, 다시 공터까지 6분이 더 걸린다. 경사가 약간 있는 능선상의 공터(마사토가 약간 있는 폐무덤)는 사실상 처음으로 만나는 독도주의 지점이다. 길이 희미한 데다 잡목이 많아 길을 놓칠 수가 있다. 진행방향 정면으로 조금 올라가서 봉우리인 듯한 지점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이는 내리막으로 내려서는 것이 요령이다. 공터에서 1분 거리라는 점에 유의한다.
이후 등로는 안부로 내려서서 다시 만나는 봉우리로 올라가 그 봉우리에서 오른쪽 급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이 봉우리를 통과하면 송이채취 지역을 지나 닿는 능선 분기점(무덤)까지 마루금만 따르면 된다. 두 번째 주의지점에서 급하게 내려가 만나는 안부사거리(옛고개)까지 6분, 다시 건너편 능선으로 올라 바위지대를 그대로 올라 만나는 송이채취 지역 끝 능선 분기점까지 22분이 더 걸린다. 능선 분기점은 봉우리라기보다는 완만한 구릉 같아서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른쪽 아래에 또 다른 무덤이 있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왼쪽 길이 등로다.
이 분기점 이후 완만한 경사로 올라 만나는 또 다른 능선 분기점도 독도 유의 지점이다. 특히 이 분기점은 봉우리로 바로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희미하게 길이 나 있기 때문에 놓칠 수가 있다. 해서 길은 거의 없지만 봉우리로 바로 오르는 것이 좋다. 이후 오른쪽 능선길을 이어가면 전망이 좋은 481봉에 쉬 닿을 수 있다. 481봉은 돌무더기와 무덤, 바위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특히 감포 앞바다와 도통골 및 앞으로 가야 할 등로가 한눈에 조망되는 곳이다.
481봉 이후 등로는 돌무더기를 지나 조망이 터진 곳에서 전방의 함월산을 보고 벼랑으로 떨어지듯 내려서면 된다. 이 구간이 함월산 특유의 산세를 알려주는 곳으로 없는 듯하다가 나타나는 능선이 신기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이곳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능선을 계속 이어가면 곧 능선상의 갈림길을 만난다. 바로 도통골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후부터는 반듯하고 뚜렷한 마루금만 따르면 된다. 정상까지는 제법 급경사다. 481봉에서 도통골 갈림길까지 15분, 정상까지 13분이 더 걸린다.
정상은 별다른 특징도 없고 조망도 없는 밋밋한 봉우리다. 그리고 정상인지도 확실치 않다. 인터넷동호회에서 아크릴판에 정상 표시를 해 놓았으나 이 역시 높이의 표기가 잘못돼 있다. 이 봉우리의 높이는 570m가 아닌 584m다.
함월산 이후 등로는 운제산 주능선 길을 따르면 된다. 길은 정상에서 조금 더 진행해 만나는 야생식물채취 금지 팻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열려 있다. 왼쪽은 추령으로 해서 토함산으로 가는 길이다. 무덤이 있는 공터까지 8분, 습지갈림길까지 18분쯤 걸린다.
습지갈림길에서 오른쪽 오름길로 올라 완만한 구릉상에서 만나는 갈림길이 세밀한 독도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운제산 방향 갈림길이 있는 곳으로 시간상으로는 습지 갈림길에서 13분 정도 걸리는 지점이다. 무심코 직진성의 왼쪽길(약간 내리막)로 빠지기 쉬운 곳이다. 오른쪽의 약간 희미한 길(약간 오르막)이 능선을 타는 등로다.
오른쪽 길로 접어 들어다고 해서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 1분 만에 바로 만나는 무덤(봉)에서 또 다른 갈림길이 있기 때문이다. 능선을 따르는 등로는 무덤에서 10시 방향에 있다. 2시 쪽 방향은 도통골로 내려서는 길이다.
무덤 이후 등로 역시 굉장히 희미하다. 이곳 역시 능선 읽기가 애매한 지점이다. 하지만 가능한 한 마루금을 이어간다는 생각으로 오름길을 오르면 611봉에서 이어지는 뚜렷한 능선길을 만나게 된다. 무덤에서 갈림길까지 6분, 뚜렷한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 능선을 이어가 만나는 591봉까지 5분이 더 걸린다.삼각점이 있는 591봉이 함월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높이로 따진다면 정상이 될 수 있는 봉우리다. 호미기맥 팻말이 붙어있다. 이곳에서 운제산과 오리온 목장 등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된다.
도통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은 591봉을 급하게 내려와 만나는 갈림길 갈림목에서 오른쪽 아랫길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사태지역을 지나면 곧 4갈래 갈림목으로 만난다. 시간상으로 591봉에서 13분쯤 걸리는 지점이다. 이곳 갈림목에서 직진의 능선길을 따르면 성황재 혹은 양북산악회가 정상석을 세워놓은 465봉으로 가고 오른쪽 110도로 꺾이는 지능선 길을 따르면 곧 길이 없어지는 무덤으로 향한다. 따라서 도통골은 양 능선 사이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로 연결된다. 사실 이 길은 산&산 팀에서 환종주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해 개척한 것이다. 뚜렷한 길은 없지만 계곡으로 내려간다 생각하고 방향을 잡아가면 계곡 상류에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다.
상류까지 5분쯤 걸린다. 이후 등로는 희미하지만 계곡과 나란히 가는 옛길을 따라가면 된다. 처음에는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가다가 합수점 이후 만나는 물길을 건너면서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내려간다. 아주 오래전에 발길이 끊긴 곳으로 청정하고 호젓한 계곡미가 돋보이는 곳이다. 쌍무덤까지 26분, 다시 한번 더 물길을 건너 빈 마을터가 돼 버린 도통골 폐가까지 22분, 임도 수준의 넓은 길을 만나 편한한 걸음을 걸어 만나는 기림폭포(일명 용연폭포)까지 15분, 차밭을 따라 직진길로 가서 만나는 감로암 앞 다리까지 15분, 다시 일주문까지 7분, 기림사 큰법당까지 4분, 다시 일주문까지 3분, 매표소까지 3분이 걸린다. 기림사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과 삼천불전, 다섯 가지 물맛이 난다는 5종수가 유명하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 = 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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