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911> 경남 함안 상데미산
오곡마을 유래·피바위 밀회설…굽이굽이 오르며 '이야기 실타래' 풀다
국제신문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입력 : 2015-02-11 19:19:05
- 최치원 선생 허기져 쉬고 있는데
- 까마귀 날아와 닭고기 건네고 가
- 훗날 오곡재라 이름 지어져
- 정상 아래 바위선 처녀 총각 밀회
- 이후 남자가 구렁이였단 사실에
- 암벽서 사투 벌여 유혈 사망설도
- 여러 전설 되뇌이며 도착한 정상
- 남해고속道·가야읍 중심 한눈에
- 하산 도중 원효암·의상대 인상적
아라가야의 고장 경남 함안군 군북면 상데미산을 찾아간 것은 입춘(2월 4일) 다음날이었다. 하지만 최근 며칠 따뜻하던 날씨가 이 날은 더 추워졌다. 봄기운은 커녕 한겨울로 되돌아간듯 했다. 게다가 미세먼지 농도까지 높아 시야가 온통 뿌옇게 변해 있었다.
상데미산은 군북면 사촌마을 뒤쪽에 자리잡고 있다. 근처 오곡마을에서 보면 앞을 지키고 있는 산이다. 상데미산은 사촌마을 뒷산이자, 오곡마을의 앞산인 것이다. 산행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데미산과 관련한 자료를 더 살펴보자. 상데미산 동쪽은 함안면 파수리 미산이 되고, 미산재를 넘어면 창원시 진전면 산서리 둔덕이다.서쪽도 둔덕으로 통하는 산복도로가 있고 진주 등 서부 경남으로 이어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상데미와 동남으로 마주보는 철산은 여항산-필봉-서북산-야반산-진동으로 이어지며 6·25 당시 작전상 요충지로 산정에는 그때 파놓은 방호진지가 지금도 뚜렷하다. 738고지로 알려진 서북산은 6·25때 격렬한 포격으로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없는 황토산으로 변해 중머리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미군들은 생지옥을 방불케한 당시의 현실을 저주해 갓뎀산으로 부르기도 했다.
■상데미·오곡마을 유래 떠올리다
오곡재의 유래도 재미있다. 신라말엽 고운 최치원선생이 어린시절 어머님을 모시고 이곳을 지나던중 피로하고 배가 고파 뒷산에서 쉬고있는데 어디선가 까마귀가 날아와 하늘 위로 빙빙 돌다가 선생 앞에 닭고기를 물어주고 갔다하여 '오곡(烏谷)'이라 불리웠다는 것이다. 오곡마을 뒷산의 생김새가 까마귀 두 마리가 깃을 펴고 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오곡이라 이름지어졌다고도 한다.
본론인 산행 얘기다. 산행 코스는 사촌마을을 통해 능선을 타고 삼거리~전망대~피바위~ 상데미 정상~원효암을 돌아 출발지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이다. 산행 거리는 12㎞ 정도이며 휴식 시간을 포함해 4시간반 정도면 될듯 하다. 취재진은 차량을 사촌마을회관 앞에 주차했다. 상데미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우전문식당인 사랑목가든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일제시대 이전에는 사촌마을 이름이 사랑목이었다고 한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5분 정도 걸어가자 사랑목가든 입구가 나타나고, 등산로는 오른쪽이다. 처음부터 적당한 오르막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등산로는 길이 잘나 있는 편이다. 소나무가 울창해 주변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산행을 시작한 지 약 30분만에 첫 이정표를 만났다. 오곡신촌과 통하는 갈림길이다. 산행 방향은 직진이다. 여기서 20분 정 도를 더 걸어 약간 높은 봉우리에 올라섰다. 직진하면 오곡동(오곡마을)이다. 상데미로 가는 길은 왼쪽이다.
이곳에서 내리막을 조금 걸은 다음 다시 오르막을 잠깐 올랐다. 오른쪽 조그만 바위 끝으로 가자 전혀 다른 경관이 시야에 들어왔다. 산행 코스 중에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오곡마을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보일듯말듯 하던 상데미 정상과 정상 조금 못미친 곳의 피바위(일명 피바구)도 이곳에서는 잘 보였다. 피바위와 관련해 전해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오곡마을 처녀와 총각이 이곳에서 밀회를 즐겼으나 구렁이가 총각으로 변신한 사실이 들통났고, 처녀와 구렁이가 사투를 벌여 둘 다 피를 흘리고 죽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피가 암벽을 타고 흘러 굳어진 후 비바람과 풍화작용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망대에서 올려다 본 피바위의 옆면 색깔이 햇볕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원효암 거쳐 비탈길로 하산
전망대에서 피바위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피바위는 커다란 두개의 바위로 이뤄졌다. 멀리서보면 두개의 암석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다. 암석덩어리이지만 바위 사이사이를 짚고 올라갈 수 있었다. 피바위에서 상데미까지도 역시 30분 정도면 된다. 상데미 정상은 헬기장으로 조성돼 있다. 상데미 정상에 서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과 경전선 열차도, 함안군의 중심이 된 가야읍의 아파트숲도 또렷하게 보였다.
골짜기를 통해 급경사 내리막길을 30분 정도 내려오면 원효암이라는 조그만 암자를 만난다. 원효암 칠성각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절의 이름을 원효암이라 하고 의상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추정되나 확실하지는 않다. 창건 연대도 정확하지 않다. 산비탈에 세워진 원효암과 의상대의 모습이 누가 봐도 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원효암에서부터는 시멘트로 잘 포장된 임도를 따라 걸어내려오면 되는데 1시간 쯤 걸린다. 마을로 거의 내려오면 조그만 저수지 2개가 있는데, 저수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주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당에는 잔디를 깔고, 저수지와 접한 쪽으로 나무 데크로드를 설치해놨다. 별장이 따로 없었다. 주인이 누군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교통편
- 원점회귀 코스 자가용 이용 편리
- 경전선 이용 군북역서 30분 도보
산행 출발지인 사촌마을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열차가 편리하지만 시간 맞추기가 조금은 애매하다.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경전선을 이용해 군북역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 10시35분 오전에 단 2회 뿐, 약 1시간50분 정도 소요된다. 군북역에서 사촌마을회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택시도 있지만 걷는 게 편하다. 약 2km 거리에 30분 정도 걸린다. 산행 후 군북역에서 부산 부전역으로 돌아오는 열차시간은 군북역 출발 오후 1시05분, 6시54분에 있다. 원점회귀산행이라 승용차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장지IC에서 내려 군북(의령)방면으로 좌회전해 3㎞ 이동 후 안도 삼거리에서 가야(창원) 방면으로 다시 좌회전한다. 얼마 후 만나는 군북역사거리에서 가야(창원)방면으로 좌회전 후 300여m이동하면 중암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곡 방면으로 우회전해 군북역을 지나 3.2㎞ 이동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에 군북역 또는 원효암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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