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도 생명

자작나무

benel_jt 2017. 2. 17. 22:28

자작나무(자작나무과)
Betula playphylla var. japonica
Japanese White Birch , 樺 , シラカンバ白樺

갈잎큰키나무(높이15~20m)
개화기 : 4~5월
결실기 :9~10월
북부지방의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
흰빛을 띠는 나무껍질은 옆으로 얇게 벗겨진다.
잔가지는 자갈색이고 겨울눈은 긴 타원형이다.
잎은 어긋나고 세모진 달걀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잎 뒷면의 잎맥겨드랑이에 갈색 털이 있으며 측맥은 5~8쌍이다.
암수한그루로 잎과 함께 꽃이 피는데 연노란색의 수꽃이삭은 밑으로 늘어지며 작은 암꽃 이삭은 곧게 서다가 성숙하면 늘어진다.
원통형의 열매이삭도 밑으로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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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북한의 산악지방에서 시작한 자작나무는 만주를 지나 시베리아를 내달리고 다시 유럽 북부까지 북반구의 추운 지방은 온통 그들의 차지다. 북한이 자작나무가 자라는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며, 남한에서는 자연 상태로 자라는 자작나무 숲이 없다. 따뜻한 남쪽나라를 마다하고 삭풍이 몰아치는 한대지방을 선택한 자작나무는 자기들만의 터를 잡는데 성공한 셈이다. 백석의 시에서처럼 추운 땅에서는 다른 나무들을 제치고 숲을 이루어 자기들 세상을 만든다. 한대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사진을 보면 눈밭 속에 처연하게 서 있는 하얀 나무들은 대부분 자작나무다. 같이 자라는 사시나무 종류는 푸른색이 들어간 흰빛이라서 이들과는 구분이 된다.
자작나무는 영하 20~30도의 혹한을,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새하얀 껍질 하나로 버틴다. 종이처럼 얇은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마치 하얀 가루가 묻어날 것만 같다. 보온을 위하여 껍질을 겹겹으로 만들고 풍부한 기름 성분까지 넣어 두었다. 살아 있는 나무의 근원인 부름켜(형성층)가 얼지 않도록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운 것이다. 나무에게는 생존의 설계일 뿐이지만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껍질은 쓰임이 너무 많다.
두께 0.1~0.2밀리미터 남짓한 흰 껍질은 매끄럽고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하여 불경을 새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쓰였다.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를 비롯하여 서조도(瑞鳥圖) 등은 자작나무 종류의 껍질에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자작나무 종류 중 정확히 무슨 나무인지는 앞으로 더 조사해보아야 한다. 영어 이름인 버취(Birch)의 어원은 ‘글을 쓰는 나무 껍데기’란 뜻이라고 한다.
북부지방의 일반 백성들도 자작나무 껍질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간다. 불쏘시개로 부엌 한구석을 차지했으며, 탈 때 나는 자작자작 소리를 듣고 자작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한자 표기는 지금과 다르지만 결혼식에 불을 켤 수 있는 나무란 뜻으로 ‘화혼(華婚)’이라 했고, ‘화촉을 밝힌다’라는 말도 자작나무 껍질에서 온 말이다. 옛사람들은 자작나무를 ‘화(樺)’라 하고 껍질은 ‘화피(樺皮)’라 했는데, 벚나무도 같은 글자를 사용했다. 전혀 다른 나무임에도 같은 글자로 표기한 것은 껍질로 활을 감는 등 쓰임이 같았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는 햇빛을 좋아하여 산불이나 산사태로 빈 땅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아가 자기 식구들로 숲을 만들어 빠른 속도로 자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날라온 가문비나무나 전나무 씨앗이 밑에서 자라나 자기 키보다 더 올라오면, 새로운 주인에게 땅을 넘기고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내 손으로 일군 땅을 자자손손 세습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부(富)는 당대로 끝내는 자작나무의 삶은 우리도 본받을 만하다. 수명도 100년 전후로 나무나라의 평균수명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고상하고 단아한 외모처럼 처신이 깔끔하다.

자작나무는 키 20~30미터, 줄기둘레가 한두 아름에 이른다. 집단으로 곧바로 자라며 재질이 좋아 목재로의 쓰임도 껍질 못지않다. 황백색의 깨끗한 색깔에 무늬가 아름답고 가공하기도 좋아 가구나 조각, 실내 내장재 등으로 쓰이며 펄프로도 이용한다. 또 4월 말경의 곡우 때는 고로쇠나무처럼 물을 뽑아 마신다. 사포닌 성분이 많아 약간 쌉쌀한 맛이 나는 자작나무 물은 건강음료로 인기가 높다. 밑변이 짧은 긴 삼각형의 잎이 특징이고, 밑으로 늘어진 수꽃을 잔뜩 피워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보내서 수정시킨다. 자작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에서는 꽃 피는 봄날, 호흡기 계통의 화분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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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수나무

Costata Birch , 黃檀木 , チョウセンミネバリ碩樺

분류 : 자작나무과

학명 : Betula costata

깊은 산골의 높은 산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상태의 숲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런 곳에는 사람과 낯가림이 심한 나무들이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며 살아간다. 그러나 최근 건강을 지키려는 등산객들이 늘면서 감추어졌던 숲의 모습들이 하나둘 고스란히 알려지게 되었다. 거제수나무가 바로 이런 나무 중 하나다.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의도와는 달리 거제수나무는 껍질부터 사람들의 눈에 확 들어온다. 멀리서 보면 다른 나무들처럼 칙칙한 흑갈색이 아니라 하얗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보면 얇은 껍질 하나하나가 종잇장처럼 벗겨지고 너덜너덜할 때도 있다. 색깔은 흰색을 자주 만나지만 약간 황갈색을 띠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한자로는 ‘황화수(黃樺樹)’라고 한다. 이는 황자작이란 뜻이며 ‘황단목(黃檀木)’이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아예 자라지 않으며 중국 이름은 ‘석화(碩樺)’라 하여 자작나무보다 더 크게 자란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거제수나무는 우리나라의 높은 산에서 시작하여 멀리 아무르 지방에 이르는 넓은 땅에 걸쳐 자란다. 얇고 흰 껍질로 몸을 감싸고 있어서 겨울날 그와의 만남은 보기가 애처롭다. 저런 얇은 옷 하나 달랑 걸치고 몰아치는 찬바람을 어떻게 버티고 사는지.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많은 기름기를 가진 얇은 껍질을 이용하여 수십 겹의 옷을 만들어 입고 있으니 방한효과를 톡톡히 내는 셈이다. 우리나라 안의 자람 터는 남쪽으로는 조계산, 백운산, 지리산, 가야산에서부터 출발하여 소백산, 두위봉, 가리왕산, 오대산, 설악산까지 이어진다. 높은 산으로 알려진 유명한 산들의 대부분이 그의 안식처다. 하지만 이런 산의 밑자락부터 자리 잡는 일은 흔치 않다. 적어도 산허리 이상의 높은 지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산 높이별로 보면 90퍼센트가 넘는 거제수나무가 표고 600미터보다 더 높은 곳에서 주로 자란다.

자람의 방식도 혼자가 아니라 형제자매를 주위에 거느리고 함께 터전을 잡는다. 능선보다는 바람막이가 되고 땅 힘이 있을 만한 경사가 급하지 않은 계곡을 좋아한다. 작게는 30~40그루, 많게는 수백 그루가 무리를 이룬다. 그래도 거제수나무 무리는 소나무나 전나무처럼 철저히 자기들끼리만 살아가겠다고 다른 나무가 들어오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얌체는 아니다. 동족들 사이사이에 사촌나무인 물박달나무나 박달나무, 사스래나무를 비롯하여 물푸레나무, 신갈나무, 산벚나무 등 족보가 한참 멀어도 별로 탓하지 않고 품에 넣어준다. 무리는 이루지만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알고 있다. 어쩌다 여러 피해를 받아 동족을 모두 잃어버리고 한두 그루씩 고군분투하는 거제수나무를 만나기도 한다.

거제수나무는 크게 자라면 키 30미터, 굵기가 두 아름이 넘는다. 자작나무 종류 중에는 가장 크게 자란다. 4월 말이나 5월 초쯤의 곡우 때가 되면 줄기에 구멍을 뚫고 파이프를 꽂아 물을 받아 마신다. ‘곡우물’이라는 이 물을 마시면 병 없이 오래 산다고 알려져 있다. 선조들은 여기에 재앙을 쫓아낸다는 의미를 하나 더 부여하여 거제수나무를 ‘거재수(去災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한자 이름은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하나의 한자 이름도 혼란이 있다. 거제수나무를 ‘거제수(巨濟樹)’라 하여 거제도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판과 관련된 문헌 중에 이거인의 《개간인유(開刊因由)》각주1) 에 보면 거제도에서 가져온 ‘거제목(巨濟木)’이란 말이 들어 있어서 혼란이 생긴 것 같다. 거제목이란 ‘거제도에서 나는 나무’란 일반명사이지 거제수나무란 특정 수종을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또 거제도의 최고봉인 가라산의 높이는 585미터에 불과하며, 거제수나무는 이렇게 따뜻한 지방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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