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용산 산행 지도/국제신문20160203
- 약 11.5㎞ 4시간30분 소요 코스
- '감사나눔길' 10여개 팻말 보고
- 십자가봉 서면 비학·내연산 조망
- 정상 해수욕장·바다·산 한눈에
- 잇단 고인돌과 만남 색다른 맛
- 하산 남부초등 쪽으로 내려서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자리한 용산의 임금바위(큰 솥바위). 이 바위에는 한 장사가 밥을 지어 먹었다는 전설이 서린 솥처럼 움푹 팬 구멍이 있다.
"감사라는 주사를 매일 거르지 말자. 시련이라는 병마를 만났을 때 다른 사람보다 빨리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용산(龍山·203m) 산행로변의 나무들에 달린 한 팻말의 글귀다. 관할 행정기관은 이 산에 약 3.13㎞(1시간30분가량 소요)의 둘레길을 조성해 '감사나눔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둘레길에는 감사에 관한 글을 적은 10여 개의 팻말이 있어, 이를 화두 삼아 산행할 수 있다. '명상 산행' 환경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발상이 참신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감사'라는 단어만큼 감사한 말이 또 있을까? 여기에는 자기애와 이타심이 서로 스며들며 공존한다. 그 기초는 현실에 대한 '대긍정(大肯定)'이다. 감사는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결핍을 불평하는 선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뒤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는 이를 '열등감 콤플렉스'라는 이론으로 개진했다. 결핍을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작은 키가 위대한 정치 지도력의 동인이 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려면 단순히 현실을 추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감사에는 그런 위험이 항시 도사리고 있다. 독재자들이 자신의 흠을 가리고 민초를 지배하는 데 전매특허처럼 써먹는 게 감사의 강요다. 우리 현대사에서는 '충효(忠孝)'로 표출됐다.
공자(孔子·B.C.551~B.C.479) 사상의 핵심인 '충서(忠恕)'는 이런 부정적인 요소를 걸러내고 휴머니즘으로 승화시킨 개념이다. 주희(朱熹·1130~1200)는 이에 대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실현하는 것을 충(忠)이라 하고, 그것을 미루어 타인에게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서(恕)라 한다"고 풀이했다. 자신을 온전히 실현하고 남에게 미치려면 인간적인 내용으로 충일해야 한다. 그 방법은 불평만 일삼는 사람의 능사인 '부정을 위한 부정'이 아니라 객관적인 성찰과 자기 혁신을 통한 '부정의 부정', 곧 '대긍정'이다.
감사와 나눔에 대해 생각하며 산행에 나섰다. '용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산세가 용마(龍馬)가 달리는 형상이어서다. 산에는 용바위(작은 솥바위)와 임금바위(큰 솥바위)가 있는데, 옛날 한 장수가 큰 솥바위에서 밥을 짓고 작은 솥바위에서 국을 끓여 먹었다고 한다. 실제 이들 바위에는 솥처럼 움푹 팬 구멍이 있고, 그곳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다. 용산 봉우리에서 봉화를 들고 물을 길어 큰 솥바위에 채우면 비가 내린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용산은 월포해수욕장이 지척이라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산행은 세 개의 봉우리를 넘는 원점회귀 코스다. 용산 작은 정상은 루트를 달리해 두 번 넘으니 실제 네 개의 봉우리를 넘는 셈이다. 총거리 약 11.5㎞로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일부 산행로에 헷갈리는 구간이 있으니 본지 리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포스코 월포수련원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월포해수욕장 쪽으로 도로를 따라 100m쯤 걸으면 산행로 입구가 나온다. 여기서 50m쯤 가면 고인돌군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포항시에는 북구와 남구에 330여 기의 고인돌 유적이 산재해 있다.
고인돌군을 지나면 '100 감사계단'이 조성돼 있다.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감사하라는 의도다. 계단 초입의 돌탑은 감사의 상징이다. 계단을 다 오르면 용바위가 버티고 있다. 이 바위 위에 서면 월포해수욕장을 비롯해 푸른 동해가 활짝 열린다. 용바위에서 20분가량 더 오르면 용산 작은 정상(190m)에 닿는다. 이곳에서 산불감시탑이 있는 용산 정상 쪽으로 향한다. 50m쯤 내려가면 임금바위가 평평한 몸을 누이고 있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 달전리의 주상절리. 5, 6각형의 돌기둥이 병풍을 펼친 듯 빼곡하다.
15분쯤 걸어 만나는 삼거리에서 산불감시탑 쪽으로 길을 잡는다. 20분가량 후 기도원 삼거리 앞에서 오른쪽으로 30m쯤 가면 십자가봉이 있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청하면의 너른 들과 멀리 앞쪽에 비학산과 내연산의 능선이 눈에 걸린다. 삼거리로 되돌 아나와 정상 쪽으로 진행한다. 20분쯤 후 도달하는 정상에서 청하남부초등학교 쪽으로 하산한다. 이어 5분쯤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또 5분가량 후 만나는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걷는다. 여기서 20m쯤 가면 또 다른 고인돌군이 나온다. 갈림길로 되돌아와 왼쪽으로 내려간다.
10분쯤 후 신일ENG 삼거리에서 가운뎃길로 들어서 포장도로를 따라 20분가량 직진한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30m쯤 가서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그 이후 30분가량 외길을 오르면 이름 없는 봉우리에 이른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15분쯤 가면 산행 초반 들렀던 용산 작은 정상이다. 작은 정상에서 삼거리까지 앞서 걸었던 길을 되밟는다. 이어 포스코수련원 쪽으로 길을 잡아 쭉 가면 출발지가 눈앞에 다가선다. 좋은 산이 있어 걸을 수 있다는 데 새삼 감사하는 하루다.
# 떠나기 전에
- 달전리 주상절리 볼만
용산에서 해안을 끼고 뻗은 국도를 타고 경주 방향으로 차로 20㎞가량 달리다 보면 포항시 남구 연일읍 달전리에서 주상절리(천연기념물 제415호)를 만난다. 야트막한 야산을 깎아낸 벼랑에 기묘한 몸을 수직으로 세우고 있는 달전리 주상절리는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하다 발견했다고 한다.
주상절리란 암석이 규칙적으로 갈라져 기둥 모양을 이룬 것으로, 지각변동·습곡작용·풍화작용·지표침식에 의해 압력의 변화가 생길 때 마그마가 지표 암석의 갈라진 틈으로 들어오면서 형성된 것이다. 달전리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3기 말(약 200만 년 전)에 분출한 현무암이 발달한 것으로, 5각형 내지 6각형의 돌기둥이 빼곡하게 이어져 있다.
규모는 높이 약 20m, 너비 약 100m로 병풍을 펼쳐놓은 듯하다. 신생대 제4기(약 30만 년 전)인 국내 다른 지역 주상절리보다 형성시기가 훨씬 이른 데다, 발달 상태가 양호하고 절리의 방향이 특이해 지형적·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역시 자연 만큼 위대한 예술가가 없음을 달전리 주상절리를 보며 다시금 절감한다.
# 교통편
- 노포동서 포항행 시외버스 이용
- 시내버스 청하 하차…도보 1.2㎞
부산시 금정구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를 탄다.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40분부터 약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포항터미널에서 내린 뒤 인근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청하행 간선 500번 버스를 타고 청하농공단지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거기서 약 1.24㎞를 걸으면 용산 등산로 입구에 이른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용산의 전설
용산(龍山)의 전설
용산은 예로부터 청하고을의 조산(朝山)으로 신성시 되어 왔으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월포리에 사는 유씨부부는 금슬(琴瑟)은 무척 좋았지만 자식을 두지 못해 고민해 오다가 천지신명께 정성을 다해 빌고 또 빈 덕분에 겨우 아들 하나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태어난지 사흘만에 수족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걸어다녔으며 기골 또한 장대하게 생긴 것이 예사롭지를 않았다.
유씨부부는 은근히 걱정이 되어 집안 어른들을 불러 모아 이 일을 의논했다.
그런데 집안 어른들은 한결같이 장차 장수가 될 아이이니 큰 일을 저질러 역적으로 몰려 집안을 망하게 할 것이라면서 더 자라기 전에 죽여 없애야 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특별한 아이인만큼 이 아이가 태어날 때 탯줄을 끊은 가위로 찔러 죽이든지 다듬이돌로 눌러 죽여야 한다고 했다.
유씨부부는 어렵게 얻은 아들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유씨부부는 아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죽는 순간 그 산에 살던 용이 아들의 한과 함께 하늘로 승천하여 날아갔다고 한다.
그 이후 마을 사람들은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린 산이라고 하여 '용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고주봉(高主峰)의 한 지맥이며, 용의 머리 형국을 하고 있는 이 산의 깊숙하 골짜기에 있는 천제단 기도원에서 정상으로 올라 동쪽으로 조금 가면 큰 암반 위에 솥 모양으로 움푹 패인 고이 두 군데 있는데, 이를 각각 큰솥바위, 작은솥바위라 부른다.
이 솥바위에는 늘 물이 고여 있어 여간 가뭄이 들어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옛날 어느 장수가 용마(龍馬)를 타고 가다가 이 바위에 이르러 큰솥바위에 밥을 짓고 작은솥바위에 국을 끓여 먹으 곳이라 전해온다.
큰 가뭄이 닥쳤을 때 용산 정상에 봉화를 하면서 물을 길어와 큰솥바위에 가득 채우면 영험이 있다고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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