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 종합선물세트 같은 '산&길'이 거기 있었다. 주봉은 우가산(牛家山·173.5m)이다. 해발이 높지는 않지만 이곳이 바닷가라고 생각하면 충분한 조망은 확보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7년부터 울산 북구청이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통해 조성한 '강동사랑길' 3구간과 4구간이 이번에 다녀온 곳이다. 원점회귀를 위해 걷는 해파랑길은 새로운 길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황홀할 코스다.
■옥녀가 옹녀라지예
강동사랑길 3,4구간 '해파랑길' 황홀
합격·승진·결혼 비는 '소원목' 이색
승천 못한 옹녀와 강쇠 이야기 곳곳에
엽서 포토존과 쉼터 있는 까치 전망대
만남과 인연, 그리고 사랑은 영원할까
울산 우가산 산행은 울산 북구 구유동 판지 마을에서 시작한다. 판지 마을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여 원오사~체육시설~옥녀봉~천이궁~일심전망대~우가산(까치전망대)~임도 이정표~우가항~윗우가쉼터~금실정~초병의길~제전 마을~판지 마을까지 가는 7.5㎞ 구간이다. 천천히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산길은 걷기 좋고, 바닷길은 이색적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서 원오사를 지나 체육시설이 있는 곳까지 가자 사랑 나무가 느닷없이 나타났다. 소원목(팻말)을 다는 것이 일본의 무슨 절 같은 분위기였는데, '신중, 이루어져 버릴지도 모릅니다'라는 안내문이 떡하니 붙어 있다. 합격, 승진, 결혼, 복권, 건강… 이루어질지어다.
예전에 선녀가 될 옹녀가 살았다. 옹녀는 예뻤지만 옹녀가 승천하며 하늘로 타고 올라갈 옹기는 더 예뻤던 모양이다. 요즘 같으면 '드론의 시각'으로 봤을 텐데. 아무튼 무룡산 용이 승천하면서 옥녀봉의 옹녀 승천용 항아리를 보고 여인으로 착각, 물고 있는 여의주를 떨어뜨렸다. 하필 그 여의주가 항아리를 박살냈고, 옹녀는 그만 지상에 남게 되었다. 옹녀는 옥녀가 될 수 있었는데 되지 못했고, 지상 선녀가 된 옹녀의 봉우리라고 해서 옥녀봉(167m)이란다. 뭔가 그럴 듯하다. 옥녀봉에는 정자가 있어 정자항도 한눈에 보인다.
이야기는 점점 살이 붙어 걷다 보면 갑자기 옹녀와 강쇠가 만난 곳이 등장한다. 산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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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전망대의 솟대. |
■까치는 까치가 좋아
옥녀봉을 지나 능선을 계속 걸으니 기이한 바위가 불쑥불쑥 솟아 있는 지형이 있다. Y자형 소나무가 잘 자라 있는 곳에서 옹녀와 강쇠가 만났단다. 우가산 쪽으로 더 진행하자 '천이궁'이라는 곳이 나온다. 천이궁은 관상학에서 이마의 양단을 가리키는 모양이다. 이곳에는 제법 널찍한 평상 두 개가 놓여 있다.
소나무 숲의 이 평상은 '노천 호텔'이란다. 여기서 선남선녀가 인연을 맺으면 그 마음이 변치 않고 백년해로한다고 설명해 놓았다. 옹녀와 강쇠가 여기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암시가 있다. 연인끼리 나선 길이라면 뽀뽀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솔숲은 울창하므로.
잠시 더 걸으니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망원경도 하나 설치해 놓았다. 일심 전망대다. 천이궁에서 맺은 인연이 한마음으로 변치 말라고 지었나 보다.
내리막길을 조금 더 가자 갈림길 이정표가 있다. 제전 마을로 내려가는 하산로인데 강동사랑길 3구간은 이쪽으로 내려서면서 마무리된다. 그 길 4구간 출발점과 겹친다.
드디어 옹녀와 강쇠가 나타났다. 갈림길 이정표에 서 있는 옹녀와 강쇠 인형은 4등신 땅딸보라 웃음이 나왔다.
까치 전망대에 올랐다. 엽서 포토존과 의자가 있는 쉼터가 있다.
우가산 정상이 까치 전망대인데 까치 전설은 부부애를 강조하고 있다. 건축가에게 청혼한 까치가 결국 가장 위대한 건축가가 까치임을 알게 되고 결혼한다는 이야기다. '부부 사랑은 평생 학습'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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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사랑길 옹녀·강쇠 조형물. |
■목동과 초병의 길
결국 강동사랑길 3~4구간의 테마는 만남과 인연, 그리고 부부의 연과 그 유지다. 동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엽서 포토존은 그래서 두 사람이 서면 딱 좋을 사이즈다.
까치 전망대에서는 사방이 두루 잘 보여 동해를 오래도록 볼 수 있었다. 산에서 아침에 떠나온 바다를 다시 만난 것이다. 우가항·강동축구장 방면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임도가 잘 나 있지만, 산길을 고집해서 걷는다. 임도를 따라가면 말랑재를 지나 강동축구장으로 갈 수 있지만, 우가항으로 가야 하기에 '우가항' 이정표만 따라간다. 그렇게 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
농장 지대를 지나 우가항으로 내려서니 이번에는 해파랑길과 만난다.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윗우가 쉼터를 지나 소나무가 오롯이 솟은 작은 숲이 금실정이다. 굽은 소나무들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금실 좋은 부부 같다는 것이다. 금실정에서 바닷가로 내려서서 길도 없어 보이는 해파랑길을 따라 계속 북쪽으로 가야 한다. 도로를 따라 원점회귀를 할 수 있지만 산꾼이 갈 길은 아니다. '여기가 맞나?'라는 의문이 들 때쯤 해안 감시탑이 나온다. 몽돌 해안길을 지나가게 되는데 이 길이 알고 보니 '초병의길'이었다. 심야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통행을 금하고 있다.
장어로 유명한 제전 마을을 지나 판지 마을까지 해안 길이다. 제전 마을 막바지에서 판지 마을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 공사가 한창인데 이달 20일에 준공한다.
강동사랑길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문의: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라이프부 051-461-4094.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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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우가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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