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893> 영호남 화합길 열다 ② 2구간 하동 송림~악양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200&key=20141003.22028185145
'영호남 화합의 길' 1구간은 섬진강이 남해와 만나는 전남 광양시 진월면의 망덕포구를 출발해 섬진강의 서쪽 전남 땅을 따라 강변길을 걸어 섬진교에서 하동 땅으로 접어들며 마무리했다. 2구간은 섬진강의 동쪽 하동 땅을 걷는다. 하동 송림에서 출발해 섬진강 상류로 19번 국도를 따라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까지 이어진다.
◇ 송림공원~최참판댁 3시간이면 충분
하동포구 시비와 이병주 문학비가 있는 하동나루터를 지나면 이 구간 최고의 풍광을 볼 수 있다. 탁 트인 황토 둑길을 걸으면 가까이 초록으로 덮인 하중도와 멀리 구재봉 능선 등 하동과 광양의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1745년 조성한 하동 송림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섬진교와 제방공사를 하면서 일부 훼손되기는 했지만 600그루가 넘는 노송을 포함해 모두 1000그루 가까운 소나무가 강변에 울창하다. 예전에는 하동의 명소로 이름나 진주의 학교마다 경전선 열차를 타고 소풍 코스로도 자주 찾았다. 역사적,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3년 8월 2일 경상남도기념물 제55호로 지정됐다가 20여 년만인 2005년 2월 18일에는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지정됐다. 하동 송림은 나무의 나이나 수에서 역사가 더 오랜 경주 남산의 소나무숲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운치는 오히려 더 뛰어나다. 수령이 300년 가까이 된 노송 수백 그루가 맑고도 푸른 섬진강 물결과 드넓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어우러진 모습은 절로 감흥을 일으킨다.
이번 2구간 코스는 하동읍 송림공원을 출발해 하동나루 쉼터~두곡삼거리~광양매화마을 맞은편~돌티나루 전망덱~두꺼비나루~버드나무 쉼터~개치마을 은행나무~평사리공원~평사리 입구 삼거리를 지나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마친다. 전체 거리는 12㎞ 정도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굽이 도는 섬진강 정취에 빠지면 예정에도 없이 한곳에 오래 쉬게 된다. 하지만 그 또한 섬진강을 따라 걷는 재미이자 멋이라고 할 수 있다.
하동 송림 주차장에서 2구간을 시작한다. 섬진교로 가서 다리 옆 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건너면 '이순신 백의종군로' 표지석이 있는 작은 공원을 돌아 악양·화개 방향의 19번 국도를 따라 걷는다. 돌을 깎아 세운 표지석엔 화개까지 27㎞로 표기돼 있고 반대 방향은 합천 120.8㎞다. 국도를 따라가면 곧 강변을 따라 탐방로가 나온다. 상류 쪽으로 시야가 트이고 섬진강이 왼쪽으로 굽어드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15분 정도면 도로 건너편에 '오룡정 유지비'가 보이고 곧 하동나루 쉼터다.
외둔마을을 지나 최참판댁으로 가는 도중 악양벌판에 부부 소나무가 서 있다.
하동나루는 섬진강 여러 나루 가운데 가장 왕래가 잦고 번창한 나루였지만 전북 임실에서 화개를 거쳐 하동읍까지 들불처럼 번진 동학혁명과 6·25전쟁 전후 빨치산의 준동으로 나루의 기능을 잃었다고 한다. 박경리의 '토지'의 무대이기도 한데, 하동읍내 장터에 주막을 열었던 월선이가 용이를 하염없이 기다린 곳이다. 이곳엔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권율 도원수의 명을 받고 백의종군한 이순신이 지나갔다는 표지석도 있다. 또 '하동포구 팔십리에 물새가 울고/하동포구 팔십리에 달이 뜹니다'로 시작하는 하동 출신 남대우 시인의 '하동포구' 시비와 하동군 북천면 출신으로 '지리산'의 작가인 이병주 문학비가 서 있다.
하동나루터를 전후해 섬진강 둑길을 걷는 이 길은 2구간에서 최고의 경관을 보여준다. 바로 앞 강 가운데엔 유속이 느려지며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를 초록의 풀이 뒤덮고 있다. 강의 좌우로는 높직한 산이 둘러싸고 있다. 나루터에서 10분이면 둑길이 끝나고 두곡마을 회관 앞을 지난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두곡 삼거리에서 남원·구례 방향으로 직진한다. 하동~화개 구간 국도는 도로확장 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하다. 공사 중인 도로를 걸어가면 섬진강 둑으로 이어진다. 20분 정도면 때 지난 '2014 광양국제매화축제' 안내판이 서 있다. 이곳에서 강 건너편이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이다. 다압이란 지명은 1760년께 나온 '여지도서'에 처음 나오는데 당시 이 지역에서 큰 마을이었던 다사(多士)촌과 압척(鴨尺)촌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추정한다. 두 마을의 의미가 합쳐져 '선비가 많이 나오고 오리가 많은 고을'이 됐다.
여기서는 공사 중인 도로를 벗어나 강을 끼고 대나무 숲길을 걷다 강변으로 난 길로 접어든다. 집을 만나 왼쪽 콘크리트 길로 내려가면 곧 전망대다. 영남 땅인 이곳에서 맞은편 호남의 산이 자리 잡은 모습이 더 잘 보인다. 전망덱 정면엔 갈미봉이 있는데 백운산을 지나온 호남정맥이 매봉과 갈미봉, 쫓비산을 지나 영호남 화합의 길을 시작한 섬진강 하구 망덕산 아래 망덕포구로 이어진다. 전망대를 내려가 직진한다. 울타리를 두른 과수원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도로와 만나고 때로는 풀 덮인 흙길도 지난다. 틈틈이 붉은색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 안내 리본이 있어 길 찾기에 도움을 준다.
밤나무 쉼터를 지나 공사 중인 도로와 만나고 이어 옛 도로를 걷는다. 오른쪽에 보이는 마을이 흥룡마을이다. 마을 뒤로 보이는 산은 먹점마을을 품은 구재봉(767.6m)이다. 먹점골 버스정류장과 먹점마을을 안내하는 장승을 지나 강변으로 내려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접어든다. 곧 대나무 숲이 나오면 흙길이다. 전망대에서 1시간 가까이 걸어 두꺼비나루 쉼터다. '복두꺼비길' 안내판과 두 마리 두꺼비 조형물이 있는 이곳은 고려 우왕 때 왜구를 물리쳐 섬진강의 유래가 된 두꺼비 전설이 전하는 곳이다. '흥룡·먹점마을 가는 길' 안내판을 지나면 전망덱이다. 이번 구간의 종착지인 평사리가 가까이 시야에 들어온다.
◇ 외둔마을·부부소나무 지나면 끝나
20분 정도면 버드나무 쉼터를 지나고 다시 15분 정도면 개치마을 은행나무 쉼터다. 여기서 악양천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 강변도로를 따라 10분이면 평사리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왼쪽의 공원으로 내려가 강변을 따라 걷는다. 소나무와 잔디로 가득한 평사리공원에 들어서면 '문화생태탐방로-박경리 토지길' 안내판과 섬진강 노래비 등이 서 있다. 공원 끝까지 걸어가 대나무가 울창한 문화생태탐방로를 가면 수문이 설치된 도로가 나오고 화개·악양방면 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다. 소상낙원 표지석 오른쪽에 성제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이정표(6.5㎞)가 있다. 길을 따라 최참판댁으로 향한다. 외둔마을과 부부 소나무, 동정호를 지나면 안내판을 따라 곧 최참판댁에 이르러 영호남 화합의 길 2구간을 마친다.
# 떠나기 전에
- 박경리 선생의 '토지'와 뗄 수 없어
- 평사리 최참판댁·악양 들판 펼쳐져
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탈고한 곳은 강원도 원주이고, 그리해서 박경리 문학제가 열리고 박경리문학공원이 조성된 곳도 원주다. 그렇지만 '토지'는 하동과 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주 무대인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과 그 앞으로 펼쳐진 너른 악양 들판을 바라보면 소설 속 풍광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소설의 무대와 똑같지는 않지만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문득 서희와 길상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최참판댁은 섬진강을 따라가는 코스에서 제법 벗어난다. 영호남 화합의 길은 섬진강 줄기를 벗어나지 않고 가야 하지만 코스를 정할 때 윤동주 유고집이 보관돼 있던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의 정병욱 가옥과 악양을 배경으로 쓴 박경리 '토지'의 주 무대, 이 두 곳은 반드시 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지나는 악양 벌판을 보지 않고 지나칠 수 없고 또 악양에서는 '토지'와 최참판댁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1구간 시작 지점의 '서시'에서 출발해 2구간을 '토지'로 마치는 셈이다.
최참판댁은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다. 외둔마을을 지나 부부 소나무와 동정호 등 악양의 명소를 잇달아 지나면 최참판댁과 만날 수 있다. 가는 길의 부부 소나무는 무딤이들로 불리는 악양벌판을 바라보고 사이좋게 서 있다. 무릇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이 소나무는 빼어난 자태로 사진 동호인들의 발길을 이끈다.
# 교통편
- 부산서 하동행 버스 1시간 간격 출발
부산에서 하동까지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 8시, 9시, 10시, 11시 등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2구간을 마치는 악양 평사리에서 하동으로 돌아가는 교통편은 자주 있다. 쌍계사나 칠불사, 의신 등에서 화개를 거쳐 나오는 버스가 30분~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하동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2시30분, 3시20분, 4시30분, 5시30분, 6시20분, 7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하동IC에 내린 뒤 19번 국도를 따라 하동읍까지 들어가면 된다. 하동송림공원은 19번 국도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섬진교 직전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송림공원 주차장이다. 돌아올 땐 버스를 이용해 하동까지 오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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