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발생한 '명품 소나무 도채 사건'은 산행 동호인들의 공분을 산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돈에 눈이 먼 일단의 조경업자들이 야음을 틈 타 산에 올라 아름드리 노송 한 그루를 몰래 캐 갔다. 결국 2달 뒤 꼬리가 잡혀 경찰의 포승줄을 받고 일단락 되었지만 그로 인해 받은 산행 동호인들의 충격과 허탈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 소나무는 수령이 300년쯤 되는 것으로 단아하면서도 고고한 자태가 여간 멋지지 않았다. 문외한의 입장에서 봐도 탐이 날 정도라고 했다. 또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1억원쯤 할 것이라 했으니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했다. 바로 그 명품이 도채과정에서 사라져 버려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소나무가 쉬 만날 수 있는 노송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소나무가 있었던 곳은 험준한 산의 깎아지른 벼랑의 턱이었다. 다시 말해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로지 땀 흘려 오른 산꾼만이 찾아볼 수 있는 소나무였다. 오르는 산길이 힘들어도 힘들지 않았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지루하지가 않았던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였다. 한마디로 산꾼들의 애정이 각별한 노송이었다. 그 소나무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산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킨 주된 이유였다.
이번 주 산은 명품 소나무 도채 사건이 일어난 경북 문경의 도장산(道藏山·828m)을 찾았다. 솔직히 말해 사건의 내용은 알고 있었으나 사건이 일어난 곳이 도장산인 줄은 몰랐다. 그 때문에 취재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쳤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모두에 앞세운 것은 산행 동호인들의 관심을 한번 더 촉구하기 위해서다. 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 산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산은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와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쉽게 말해 국립공원 속리산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변 명산들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닌 매력이 그에 못지 않다는 점이 이 산의 자랑이다. 우선 두 마리의 용이 마주앉은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가 있다 해서 이름 붙은 쌍용계곡이 절승이다. 기암괴석과 그 사이 흘러내린 물이 억겁의 세월과 함께 빚어놓은 담과 소가 즐비하다. 용이 발톱으로 긁어 놓은 듯 물결치는 기이한 모습의 너럭바위인 회란석은 압권이다. 다만 이 회란석은 따로 찾아야 볼 수 있다.
그리 깊진 않지만 심원골의 물소리도 청량하기 그지없다. 특히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며 벼랑아래로 곤두박질하는 심원폭포는 대단한 볼거리다. 구중심처 같은 심원사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도장산의 매력은 계곡뿐이 아니다. 속리산 주봉 조망은 도장산만큼 시원한 곳이 없다. 어느 산보다도 가까이 있기에 웬만한 암봉 하나까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있다. 톱날처렁 날카로운 속리산 하늘금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다.
코스는 원거리 산행지임을 감안해 원점회귀형으로 꾸몄다. 쌍용계곡을 들머리로 해서 심원골로 오른 뒤 심원골을 둘러싸고 있는 산등성이를 한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했다. 이렇게 하면 쌍용계곡의 일부는 물론 명품 소나무가 있었던 자리와 심원사,심원폭포 등을 죄다 둘러보게 된다.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 쌍용계곡 입구 용추교~심원골~첫갈림길~651봉~도장산~서북릉~화북갈림길~742봉(헬기장)~안부~심원사~심원폭포~용추교 순.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30분쯤 소요된다.
들머리인 용추교는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에서 문경시 농암면으로 가는 32번 국도를 타고가다 쌍용터널을 지나 바로 만나는 쌍용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다. 계곡 안내 입간판 직전의 오른쪽에 있다. 쌍용계곡은 32번 도로를 따라갈 때 오른쪽으로 줄곧 이어지는 협곡이다.
용추교 앞에 내려 행장을 차려 다리를 건넌다. 공간이 제법 넓은 소형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만 더 가면 주차장 아래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단을 보게 된다. 계단으로 내려서는 지점에 이정표가 있어 참고한다.
계곡 바닥으로 내려서서 계곡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간다. 6분쯤 가면 심원골과 쌍용계곡의 합수지점에 닿게 되는데 거대한 바위와 벼랑이 협곡을 이룬 모습이 볼 만하다. 여기서 왼쪽의 철다리를 따라간다. 곧 심원골 초입이다. 이후 이정표가 잘 나와 있으니 이정표를 잘 따르면 어렵지 않게 등로를 이어갈 수 있다. 합수지점에서 쌍폭까지 8분, 쌍폭은 일부러 찾아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다시 첫번째 갈림길까지 5분 소요.
첫번째 갈림길은 지계곡을 만나는 지점에 심원사 방향만 표시된 이정표가 있는 곳이다. 도장산으로의 등로는 여기서 왼쪽 오름길의 묵은 길로 연결된다. 오른쪽 지계곡을 건너 사면으로 가는 길은 당연히 심원사 방향이다. 심원사는 내려올 적에 들리도록 하고 먼저 지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오름길을 따르도록 한다. 지능선 안부까지 11분쯤 걸린다.
안부에서 등로는 오른쪽 오름길이다. 역시 된비알로 오른다. 안부에서 능선분기점까지 24분쯤 걸린다.
분기점에서의 등로는 도장산에 닿기까지 능선의 마루금만 대체로 따르면 된다. 정상까지 여러 개의 봉우리를 거치게 때문에 체력소모가 심하다. 중간 중간에 이정표가 있어 길잇기는 그리 어렵지 않으나 날씨가 무더울 경우 체력안배에 신경을 써야 할 구간이다. 651봉은 표식이 없어 그냥 지나치게 되고 갈림길이 있는 706봉까지는 분기점에서 13분쯤 걸린다. 공간이 넓어 쉬어가기 좋은 795봉까지는 30분, 다시 안부로 내려서서 급하게 오르는 정상까지는 12분이 더 걸린다.
정상은 서북쪽 전망만 시원하다. 그외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톱날같이 날카로운 속리산 주릉이 헌걸차고 북쪽의 백악산이 뚜렷한 산그리메로 다가온다.
명품 소나무가 있었던 곳은 도장산에서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 방향으로 뻗은 서북릉 상이다. 연결되는 길은 정상에서 진행 방향 정면으로 2분쯤 가서 만나는 삼거리봉 오른쪽으로 열려있다. 이정표가 있어 쉽게 확인이 된다.
이후 외길의 마루금을 따르면 724봉을 지나 명품 소나무가 있었던 벼랑에 닿게 된다. 724봉은 정면으로 올라도 되고 오른쪽 사면길로 가도 무방하다. 분기점에서 724봉까지 25분, 다시 명품 소나무가 있었던 자리까지 3분이 더 걸린다.
명품 소나무가 았었던 자리는 왼쪽으로 조망이 시원한 벼랑 위 쉼터다. 속리산 주릉이 한눈에 들어오는 지점이라 조망터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지만 소나무가 있었던 당시에는 촬영장소로 인기가 더욱 높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휑하니 드러난 맨흙만 어지러이 흩어져 있어 도채 당시의 아픔을 고발하고 있다.
명품 소나무가 있었던 곳을 지나 2분쯤 더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화북 갈림길이다. 진행 방향 정면이 심원사로 가는 길이고 왼쪽 내림길이 화북으로 가는 길이다. 등로는 당연히 직진의 마루금이다. 헬기장인 742봉까지 10분, 급하게 내려섰다 다소 거친 암릉을 거쳐 올라가 만나는 암봉까지 6분, 회란석이 있는 쌍용계곡 갈림길까지 10분, 부드러운 내리막길을 따라 봉분이 2개 있는 무덤을 지나 바로 만나는 안부까지 20분이 더 걸린다.
심원사는 안부에서 오른쪽 계곡길로 연결된다. 5분쯤 내려가면 왼쪽으로 나무로 된 푯말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정면의 길을 버리고 왼쪽 아래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을 따르도록 한다. 직진의 길을 따를 경우 선방으로 바로 연결돼 스님들의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으로 내려가 일주문을 통하면 자연스레 절을 찾아볼 수 있다. 비구니 사찰인 심원사는 천년고찰이라고는 하나 소실과 중건 등으로 인해 지금은 오래된 양철지붕으로 당우를 이루고 있다.
심원골의 백미인 심원폭포는 심원사에서 들머리로 내려가면서 651봉으로 오를 때의 만났던 첫번째 갈림길 직전의 왼쪽 아래로 나 있다. 물소리가 요란하기 때문에 쉬 찾을 수 있지만 계곡으로 내려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번거롭지만 도장산 산행의 대단원을 장식하기엔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심원사에서 7분 소요.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 도장산.쌍룡계곡(문경) 산행
○ 산행일시 :
○ 산행장소 : 경북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
○ 산행코스 : 용추교-심원사입구3거리-왼편능선-655봉-789봉-도장산-742봉-능선4거리-심원사-심원폭포-용추교
도장산(道藏山)은 경북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와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경북 서북부 백두대간 자락에 숨은 명산이다.
택리지에도 "청화산과 속리산 사이에 화양구곡과 쌍룡, 용유계곡이 있고, 또한 속리산과 청화산 사이에 경치 좋고 사람 살기 그만인 복지가 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것은 문경시와 상주시 사이에 숨어 있는 도장산과 비경지대인 쌍룡계곡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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